늦은 오후 붉은 벽돌의 온기를 품은 죽향초 구교사

늦은 오후 햇살이 옥천 시내를 부드럽게 감싸던 날, 옥천읍의 죽향초등학교 구교사를 찾았습니다.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로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고, 순간 시간의 결이 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운동장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지만, 구교사 주변만큼은 고요했습니다. 건물 앞마당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그 사이로 햇살이 기와 대신 벽돌 위에 따뜻하게 내려앉았습니다. 바람이 벽돌 사이를 스치며 은근한 흙냄새를 풍겼습니다. 처음 마주한 순간, 단단함과 포근함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자연스레 남아 있으면서도 여전히 교육의 온기를 품고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1. 도심 속 과거로 이어지는 접근로

 

죽향초등학교 구교사는 옥천읍 중심부에 위치해 접근이 편리했습니다. 옥천역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걸으면 도착할 수 있고, 시내버스 정류장에서도 도보 5분 거리입니다.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현대식 교사들과 운동장이 먼저 보이지만, 오른편에 자리한 붉은 벽돌 건물이 바로 구교사입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학교 내 주차는 제한되어 있어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구에서 구교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으며, 바닥에는 오래된 콘크리트 길의 질감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 사이로 느껴지는 정적이 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짧은 동선이지만, 그 몇 걸음 사이에 과거로 스며드는 듯한 감각이 들었습니다.

 

 

2. 근대 건축의 단단한 형태미

 

죽향초등학교 구교사는 1930년대에 지어진 벽돌조 단층 건물로, 일본 근대기 학교 건축의 전형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붉은 벽돌의 질감은 세월에 따라 색이 조금씩 바래 있었고, 창문 틀의 흰색 페인트는 부분적으로 벗겨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조는 단단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지붕은 함석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중앙부에는 삼각형 박공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내부 복도는 나무 마루로 되어 있고,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오며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교실 문손잡이는 금속제라 차가운 촉감이 남았지만, 손때가 묻어 오랜 세월 아이들의 손길을 기억하는 듯했습니다. 단순한 직선과 벽돌의 반복이 만들어내는 규칙적인 미감이, 당시 교육공간의 질서와 단단함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3. 건물이 품은 역사와 지역의 기억

 

이 구교사는 일제강점기에 건립되어 옥천 지역 초등교육의 중심 역할을 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그대로 사용되며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했고, 지역 근대 교육의 출발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안내문에는 ‘죽향초등학교 구교사’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배경이 상세히 적혀 있었는데, 건축 양식뿐 아니라 교육사적 가치가 인정되었다고 합니다. 건물 벽에는 1960년대 교사들의 단체사진이 걸려 있었고, 복도 끝에는 오래된 나무 책상과 의자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배움을 시작한 세대들이 지금의 옥천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자, 건물 하나가 단순한 유산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품은 공간임을 실감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교육의 온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4. 보존과 활용이 어우러진 공간

 

구교사는 현재 일부 구간이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한쪽 교실에는 옛 교복, 공책, 나무 필통 등이 전시되어 있었고, 벽에는 과거 수업 장면이 담긴 흑백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마루 바닥은 나무결이 드러나 반들거렸으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종이 냄새와 섞여 묘한 향수를 자아냈습니다. 교실의 천장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조명 대신 낮의 햇살이 공간을 자연스럽게 밝혀주었습니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으며, 건물 외벽에는 낙서나 훼손된 흔적이 없었습니다. 교육의 흔적을 존중하며 보존된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과거의 정숙함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이었습니다.

 

 

5. 구교사 주변에서 이어지는 역사 산책

 

죽향초등학교 구교사 관람 후에는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옥천향교’를 함께 방문하기 좋습니다. 전통 교육과 근대 교육의 흐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동선입니다. 또한 옥천읍 중심가의 ‘정지용 생가’는 한국 근대문학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교사와 함께 둘러보면 흥미로운 문화 탐방 코스가 됩니다. 점심은 인근의 ‘옥천시장’에서 콩나물국밥이나 수제비를 추천합니다. 시장 골목에는 1970년대 간판이 그대로 남은 상점들이 있어, 구교사와 어울리는 시간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 일정으로 옥천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조용한 여정이었습니다.

 

 

6. 방문 시 알아두면 좋은 팁

 

죽향초등학교 구교사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며, 주말에는 사전 문의 후 관람이 가능합니다. 학교 내 현행 수업이 진행되므로 학생들의 이동이 적은 시간대인 오후 3시 이후 방문이 좋습니다. 내부 촬영은 가능하지만, 학생이 있는 구역에서는 삼가야 합니다. 운동화나 조용한 신발을 착용하면 마루 이동 시 소리가 덜 납니다. 여름철에는 실내가 다소 덥기 때문에 가벼운 옷차림이 좋고, 겨울에는 난방이 제한되어 두꺼운 겉옷이 필요합니다. 전시 교실에서는 전등을 켜지 않고 자연광으로 관람하는 것이 가장 분위기 있습니다. 건물의 구조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벽면이나 창틀에 손을 대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무리

 

죽향초등학교 구교사는 단순한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 한 시대의 교육과 꿈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소였습니다. 붉은 벽돌 하나, 마루의 나무결 하나에도 수많은 아이들의 손길과 시간이 스며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에도 무너지지 않고 단단히 서 있는 모습에서, 배움의 힘과 공동체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전해졌습니다. 현대식 교사와 나란히 서 있으면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품격이 있었고, 오히려 세월이 만든 깊이가 더해져 있었습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이 건물이 여전히 ‘학교’라는 이름 아래 살아 있다는 사실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다음에는 봄 햇살 속에서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이 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그때도 벽돌은 오늘처럼 조용히 따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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